약 2500년전 바빌로니아 사람들은 대낮에 하늘의 달이 해를 가리는 현상이 어떤 유형(pattern)을 따르고 있음을 처음 발견하였다. 물론 그들은 처음에 개기일식이 달에 의해서 해가 가려진다는 사실 조차도 알지 못했다. 그러나 그들은 꾸준히 하늘을 관측한 결과 다음과 같은 흥미있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즉, 하늘에서 해와 달의 행로를 살펴보고 해가 달의 행로를 가로질러 가는 횟수를 측정한 결과 지구가 해를 19바퀴 돌 때 달은 지구 주위를 정확하게 223번 공전하게 되고 이때 하늘의 같은 위치에 해와 달이 다시 만나게 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하늘의 같은 위치에서 해와 달이 겹치게 되는 현상의 주기가 18년 11일 8시간이라는 것도 발견하였다. 이것이 유명한 일식의 주기인 사로스주기(saros cycle)의 기원이다.

이 사로스주기에서 재미있는 사실은 끝의 8시간인데, 이것은 개기일식이 정확히 지구상의 동일한 장소에서 발생하지 않는 원인이 된다. 즉, 1973년 6월 30일 아프리카에서 발생한 개기일식은 사로스주기 18년 11일 후인 1991년 7월 11일 아프리카에서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지구가 8시간 더 자전한 중미와 하와이 지역에서 발생하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고대인들은 비록 사로스주기에 이르러서도 같은 지역에서 개기일식을 볼 수 없을 뿐만 아니라 극히 드물게 발생하는 일식 현상이 구름에 가려 부분 일식의 경우에는 모르고 지나치는 경우도 많았을 것이다. 이런 이유 때문에 고대인들이 일식의 주기를 찾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웠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500년 전에 이미 이러한 현상을 발견한 바빌로니아 사람들의 지혜와 하늘을 읽을 줄 아는 혜안은 높이 평가되고도 남음이 있다.


이 외에도 이집트와 잉카 제국, 중국의 하왕조 같은 고대 국가에서 일식에 대한 기록들이 보이며 그들이 천체의 움직임에 대하여 상당한 관심과 지식을 가지고 있었다는 증거가 많다. 그러나 대부분의 고대인들에게 있어서 개기일식은 신기한 천체 현상이기 전에 신의 노여움이나 재앙, 질병을 예견하는 두려움과 공포를 야기시키는 자연 현상으로 많이 인식되었으며 일부 혜안을 가진 문명 국가에서는 이 현상이 일정한 주기로 발생하는 것을 알고는 있었지만 17세기에 이르기까지 과학적으로 해석하지는 못하였다. 일식을 처음으로 과학적으로 정확하게 예견하고 사로스주기라는 말을 처음 쓴 사람은 17세기말 헬리 혜성으로 더욱 잘 알려진 천문학자 헬리(Edmond Halley)이다. 그가 뉴톤의 중력 법칙을 이용하여 헬리 혜성의 주기를 예견한 사실은 이미 잘 알려져 있으나 헬리 혜성의 주기 예견을 발표한 10년뒤에 1715년 영국 남부 지방을 가로지르는 일식을 예견한 사실은 무슨 이유에서인지는 몰라도 많이 알려지지 않았다. 그는 이 일식을 예견하면서 처음 사로스주기라는 용어를 썼고 이후부터 개기일식의 주기성이 과학적으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우리가 과거의 개기일식 기록을 찾고 연구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다. 예를 들면 지구의 자전 속도가 지금보다 약간 빠르거나 느리면 일식이 발생하는 영역이 달라질 것이다. 따라서 과거 일식의 기록을 거슬러 올라간다면 식이 발생한 위치와 현재 식 발생 지역을 고려하여 지구 자전의 변화를 알 수 있다. 이것은 태양과 지구 사이의 거리가 변하는 것과 관계가 있으므로 궁극적으로는 지구상의 기후 변화의 원인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안타까운 것은 아직까지 과거의 일식에 대한 기록이 많지 않고 어렵게 찾아낸 기록들도 그 정확성이 떨어지는 경우가 허다하여 관련연구가 크게 진전이 없다는 것이다.